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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낙서 안 지워져요…혹한에 작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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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서울 경복궁 경내 국립고궁박물관 앞 담장의 스프레이 훼손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국내 최고의 문화재 수리전문가들이 동장군을 만나...

지난 16일 오후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서울 경복궁 경내 국립고궁박물관 앞 담장의 스프레이 훼손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국내 최고의 문화재 수리전문가들이 동장군을 만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돌발적인 서울 경복궁 담장 낙서 훼손사건의 복구 처리 작업이 엄동설한이란 변수를 만나 계속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6~17일 경복궁 서쪽 영추문과 경내 국립고궁박물관 앞 쪽문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일삼은 10대와 20대 범인들은 모두 붙잡혀 2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현장복구 작업은 영하 20도 가까이 기온이 곤두박질치면서 21일 모두 중단됐다.

문화재청은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청 산하 궁릉유적본부의 보존복원 전문가 30여명을 총동원해 복구처리반을 꾸리고 담장 두 지점의 낙서 흔적을 지우는 작업들을 벌여왔다.

애초 전문가들이 구상했던 건 화학용법이었다. 가장 큰 효과가 있는 신나나 메탄 등의 화학용제를 묻힌 습포제를 훼손부위에 붙여 반응을 일으킨 오염물이 녹아서 분리되는 방식을 택하려 했다. 그러나 때마침 밀어닥친 혹한으로 돌 표면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화학반응 속도가 크게 떨어져 이 방식은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치과에서 사람의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하듯이 에어툴과 모터툴 장비를 이용해 스프레이 안료에 오염된 부분을 쳐서 벗겨내거나 피부과에서 점을 뺄 때 쓰는 것처럼 레이저클리닝으로 오염물질을 태워가면서 작업하는 물리적 방식을 써서 제거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물리적 제거 방식도 난점은 있다. 표면을 벗겨낼 때 마찰과 분진을 완화하기 위해 물을 뿌리면서 진행해야 하는데, 혹한으로 물이 얼어붙게 되면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1일부터 담장 두 지점의 오염물 제거 작업이 전면 중단된 이유가 그것이다. 정소영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보통은 열풍기를 돌려 물이 냉각되지 않도록 해왔으나 현재 날씨가 너무 추워 전체 작업자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됐다”이라며 “날이 풀리는 내주쯤 작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작업 진척도는 훼손된 지점 두 곳이 조금 다르다. 처음 훼손 사실이 드러났던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쪽 담장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 새로 조성했다. 울퉁불퉁한 돌부재들을 접붙여 이은 얼개인데 스프레이가 묻은 정도가 들쭉날쭉해 아직도 흔적을 온전히 지우지 못한 상태다. 영추문 쪽은 훼손된 부위가 널찍하게 다듬어진 판석들로 이뤄진 전각 아래 육축 부위여서 흔적을 제거하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실제로 복구처리반은 에어툴과 레이저클리닝 공법 외에 작은 돌가루들을 강한 압력으로 분사해서 그 힘으로 표면오염물을 벗겨내는 미세블라스팅 기법까지 동원해 지난 19일 얼추 제거 작업을 마무리하고 주변 돌들과의 색깔 맞추기 작업을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먼저 낙서 훼손이 이뤄진 쪽문 쪽이 나중에 훼손된 영추문 쪽보다 복구 작업이 더딘 셈이다.

훼손 부위에 천막을 쳐놓고 가렸지만, 작업하는 전문가들의 체온 관리를 위한 전열기 사용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가용 전력을 레이저클리닝이나 에어툴을 가동하는데 써야 하기 때문에 핫팩으로 손을 녹이거나 옷을 두껍게 입는 정도 외엔 다른 대비책도 없다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맹추위 속에 사실상 별다른 방한 대책 없이 제거 작업을 강행하는 것이어서 작업자들의 건강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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