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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연인들’, 성소수자 시선으로 미국 현대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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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여기 40년에 걸친 긴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두 남자가 있다. 지난 10월 티빙 내 파라마운트플러스관에서 공개한 미국 드라마 ‘길 위의 연인들’ 속 호킨스와 ...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여기 40년에 걸친 긴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두 남자가 있다. 지난 10월 티빙 내 파라마운트플러스관에서 공개한 미국 드라마 ‘길 위의 연인들’ 속 호킨스와 팀이다.

1986년 미국 워싱턴. 호킨스는 이탈리아 대사 부임을 앞두고 가족들과 송별 파티를 한다. 그 자리에 초대받지 않은 한 친구가 찾아와 팀이 죽음을 앞뒀다는 소식을 전한다. 호킨스는 가족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화당 매카시 의원의 당선 축하 파티. 국무부 고위 관리인 호킨스는 그 파티에서 정치 지망생 팀을 처음 만난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매카시는 공산주의자 색출과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며 주목받는다. 그의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한 팀은 매카시 의원실에서 일하게 된다. 공산주의자에 대한 ‘적색 공포’는 곧 동성애자를 색출하자는 ‘라벤더 공포’로 이어진다. 매카시는 말한다. “공산주의자와 동성연애자는 신뢰받을 가치가 없다.” 워싱턴 정계에서 호킨스와 팀의 사랑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혐오 정치의 작동 방식은 언제나 같다. 일단 좌표를 찍고 무차별 공격을 한다. 공격받은 사람이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 동성애자를 검증한다는 조사위원회 활동이 계속되면서 호킨스와 팀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그들과 함께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호킨스와 숨어서 사랑해야 하는 처지를 비관하는 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진다.

극에서 매카시와 함께 동성애자 색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로이 콘은 실존 인물로 그 역시 동성애자였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 사실을 끝까지 숨겼고, 동성 애인의 징집을 막으려다가 나락의 길을 걷는다. ‘길 위의 연인들’은 이처럼 수많은 실존 인물과 다양한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씨줄로, 베트남 전쟁, 히피 운동 같은 미국 현대사에서 굵직한 사건을 날줄로 배치해 미국 사회의 진보와 퇴행의 과정을 풀어나간다. 성 소수자의 시선으로 미국 현대사를 읽는 느낌이다. 2007년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 ‘화이트 칼라’로 유명한 맷 보머와 드라마 ‘브리저튼’의 조너선 베일리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두 배우 모두 실제 커밍아웃했다.

주의할 점은 수위다. 미국 19금 드라마가 낯선 이들은 놀랄 만한 장면들이 꽤 있다. 19금을 넘어서 39금에 가깝다. 그러나 당시 동성애자들이 당한 차별 등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2024년 1월 개최되는 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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