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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에 범람하는 도서 광고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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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 대형 서점의 전국 매장에는 광고 매대가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서점을 찾는 독자라...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 대형 서점의 전국 매장에는 광고 매대가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서점을 찾는 독자라면 매장의 주요 동선에 설치된 ‘광고 매대’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출판사가 자사의 도서만을 다량 쌓아놓고 판매하는 일종의 ‘매대 임대’다. 그런데 광고 매대임을 표시하는 글씨가 작고 흐릿하여 이를 의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서점 내 주요 동선에 있는데다 추천 도서 코너처럼 꾸민 경우도 있어서 눈길을 끌게 된다. 최근 주요 대형 서점의 전국 매장에는 이와 같은 광고 매대가 넘친다.

광고 매대는 고객이 많은 전국의 대형 서점 체인 매장을 중심으로, 매장 내 좋은 위치에 있는 곳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한 달 기준으로 매대 한 개에 100만 원, 300만 원, 500만 원까지 한다. 전에는 월간 계약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 연간 계약이 늘고 있다. 출판사 숫자는 증가하는 데 비해 책을 선보일 만한 오프라인 서점 공간은 제한되어 광고 매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고객이 많이 찾는 대형 서점 매장일수록 광고 매대가 많은 이유다.

출판사들은 도서 마케팅을 위해 규모에 따라 홍보비를 지출한다. 그런데 예전에 주로 하던 신문광고는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줄면서 광고매체로 선택받기 어렵다. 소셜미디어(SNS) 등 돈이 들어가지 않는 광고는 효과가 높지 않고, 유튜브 영상의 경우 인기가 많은 북튜버(책 소개 유튜버)에게 부탁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인터넷서점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광고 매대가 대안 중 하나다. 고객 발길이 잦은 일부 대형 서점에서는 출판사들의 대기 수요가 적지 않아 추첨까지 한다.

서점 입장에서는 인터넷서점과 오픈마켓 등 전자상거래가 지속적으로 약진하면서 약화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 이런 매대다. 책이 팔리든 안 팔리든 고정 수입이 생기고 출판사들이 줄을 서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 대형 서점에서는 매대를 파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책 판매량을 늘리려는 출판사들과 대형 서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광고 매대가 대한민국 서점문화의 꽃처럼 피어났지만, 문제는 이들 대형 서점의 정체성이다. 수익에만 목을 맨 나머지 독자 서비스의 기본인 ‘북 큐레이션’(독자 맞춤형 책 소개 또는 추천)을 등한시하게 된 것이다. 전국 각지의 이름난 중형급 서점이나 독립서점들이 대부분 정성을 기울이는 북 큐레이션을 멀리하면서, ‘좋은 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책’ 대신 상업적으로 ‘팔리는 책’에 집중하고, 책 장사가 아닌 매대 장사로 기울어질수록 대형 서점은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형 서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선보이며, 좋은 책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공간 구성과 책 추천을 하면서 머물고 싶은 매장을 만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책과 출판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신뢰와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서점의 ‘기본’과 ‘사회적 역할’을 모두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일부 자본력이 있는 출판사들만 쓸 수 있는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의 장을 대형 서점이 연출하는 것은 출판사 차별이자 책 차별이다. 대형 서점들은 독자에게 물을 일이다. 가고 싶은 대형 서점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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