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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살아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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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l 웅진지식하우스 l 1만7500원 누구에게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l 웅진지식하우스 l 1만7500원

누구에게나 인생의 경로에서 길을 잃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대학 졸업 직후 잡지사 ‘뉴요커’에 취직해 맨해튼 중심에서 빛나는 커리어를 시작한 기자 패트릭 브링리는 유년시절부터 든든한 지지대였던 형이 26살 나이로 세상을 뜬 뒤, 세상이 발밑부터 무너지는 듯한 혼돈을 겪는다.

그가 삶을 다시 붙들기 위해 선택한 일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었다. 숨진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비탄(피에타)을 표현한 이탈리아 거장의 그림 앞에서 심장이 부서진 듯 울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고통과 위안이 동시에 충만해졌던 순간이, 그를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거장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닌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프라 안젤리코 작품. 위키미디어 코먼스
책은 세상을 피해 숨어든 그가 구석구석 공들여 탐사한 미술관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2천여명의 동료들이 숨겨둔 각양각색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낸다. 거장들이 표현한 기쁨과 환희, 고통의 순간에 숨을 죽이던 관객들 역시 그의 여정을 함께한다. 그렇게 10년에 이르는 시간이 흘러간 뒤 패트릭은 어느덧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마치게 된다.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그리고 있듯, 그 끔찍한 순교의 순간에도 누군가는 무심한 눈길을 던지고, 누군가는 무심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그렇게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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