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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민담집 펴내는 황석영 “재밌는 옛이야기 들려주고파”

Summary

“민담은 백성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고 그것이 쌓여서 역사가 됩니다. 역사로 넘어가기 전 중간 단계가 민담인 셈이죠. 60여년 간 글을 써 오면서 늘 제 생각의 밑단에는 옛날이야...

“민담은 백성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고 그것이 쌓여서 역사가 됩니다. 역사로 넘어가기 전 중간 단계가 민담인 셈이죠. 60여년 간 글을 써 오면서 늘 제 생각의 밑단에는 옛날이야기, 민담이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소설을 민담 리얼리즘이라 부르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대하소설 ‘장길산’에서도 그랬고 1998년 출옥 뒤에 쓴 ‘손님’ ‘심청’ ‘바리데기’, 그리고 최근작인 ‘철도원 삼대’에서도 우리 서사를 중심에 둔 형식 실험을 계속 해 온 셈입니다. 그 민담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써서 책으로 내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 몇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결과물을 이렇게 내놓게 됐습니다.”

팔순을 넘긴 노 작가 황석영이 어린이 독자를 위한 민담집을 출간했다. 전체 50권으로 예정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첫회분 다섯 권을 내고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재미있는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고 소개했다.

먼저 나온 1차분은 환웅과 단군에서부터 석탈해와 김알지까지 건국 이야기를 모은 ‘우리 신화의 시작’을 비롯해 ‘연오랑과 세오녀’ ‘해님 달님’ ‘우렁각시’ ‘지하 마왕과 한량’ 등 다섯 권이다. 한 권 안에 짧은 이야기 두세 편 정도가 들어가기 때문에 내년에 마무리될 전체 50권에는 100~150편 정도의 이야기가 들어갈 예정이다. 1부 10권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았고, 2부는 충청도와 전라도, 3부는 강원도와 경상도, 4부는 제주도와 여러 섬들, 5부는 이북 지방 이야기들로 채워지게 된다.

“지금은 누구든 국경을 넘나들며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계 시민’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게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에요.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다른 문화와 접했을 때 대등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남과 어울리고 우리와 다른 점을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민담이야말로 우리 이야기의 원천이고, ‘케이(K) 콘텐츠’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석영 작가는 “유럽의 동화나 민담이 왕후장상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우리 민담은 그야말로 백성의 이야기이며 거침없이 활달한데다 상상력의 비약이 엄청나다”며 “동시에 동양과 서양 사이에 비슷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제가 정리한 민담이 유럽 쪽으로 번역돼 나간다면 양쪽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은 영어와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로 번역 출간되는 한편, 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2차 콘텐츠로도 각색될 예정이다. 책을 낸 휴먼큐브 출판그룹은 민담을 웹툰과 애니메이션, 무빙툰 등 다양한 영상물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환상적인 공간에서 어린이가 민담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 사업 역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황석영은 “‘철도원 삼대’ 집필을 마친 뒤인 3~4년 전쯤 작업 공간을 옮기느라 서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노트 20권 정도가 든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 노트들에 여러가지 민담의 제목과 내용 등이 정리돼 있었다”며 “아마도 출옥 뒤에 쓸 소설을 위해 자료를 조사했던 것 같은데, 이참에 그냥 버릴까 하다가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궁리를 하다가 어린이용 민담집을 착상하게 되었다”고 기획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또 “나이와 건강을 고려하면 앞으로 아흔 살 정도까지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고, 마지막으로 장편 두세 개 정도를 더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민담 작업 과정에서 착상한 다음 소설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예전 노트들도 보고 민담 관련 자료들도 다시 보고 하자니 상상력도 깊어지는 것 같더군요. 제가 요즘 전북 군산에서 지내고 있는데, 그곳 개간지에 서 있는 650년 된 팽나무를 보면서 다음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650년이라면 조선조와 역사가 같은 셈이죠. 나무 자신이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인데, ‘나무’라는 제목부터 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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