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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필∙베를린필∙RCO ‘빅3’ 동시 내한…티켓은 은행들이 ‘통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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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태생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다. wcn 제공 ‘황금빛 사운드’로 불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먼저 일성을 날렸다. 7일 저녁 서울...

러시아 태생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가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다. wcn 제공

‘황금빛 사운드’로 불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먼저 일성을 날렸다. 7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빈 필 내한 공연. 3년 연속 한국을 찾은 이 악단은 2021년 리카르도 무티(82), 지난해 프란츠 벨저뫼스트(63)에 이어 이번엔 러시아 태생 지휘자 투간 소키에프(46)를 낙점했다. 빈 필은 1954년 이후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단원들이 선택한 객원 지휘자가 악단을 이끄는 체제다.

국내에서도 빈필과 소키에프 조합은 낯설지 않다. 2009년 소프라노 조수미 공연 당시 그가 빈필을 지휘했다. 주빈 메타(87)의 대타였다. 당시 30대 신예이던 그가 이제 베를린 필하모닉이 아끼는 객원 지휘자로 도약했다. 지금까지 12차례나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했다.

그는 지난해 줏대 있는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볼쇼이 극장과 프랑스 툴루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직에서 동시에 물러난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두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 속에 그는 양쪽을 다 내려놓았다.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다 뮌헨 필하모니 음악감독에서 해고된 발레리 게르기예프(70)와 대비됐다. 이후 특정 악단에 속하지 않은 채 왕성한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투간 소키에프&랑랑 빈필하모닉 공연. wcn 제공

소키에프와 빈 필의 선곡은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5번이었다.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하는 소키에프는 춤을 추듯 현란한 동작으로 악단을 솜씨 있게 장악했다. 빈 오보에, 빈 호른 등 독특한 악기를 쓰며 오래 쌓아온 빈 필 고유의 명료하면서도 따뜻한 소리였다. 협연자로 나선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1)은 이전보다 한층 여유롭고 차분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빈 필하모닉을 필두로 이번 주에 베를린 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CO) 등 이른바 ‘톱3’ 악단이 동시에 내한해 경쟁적으로 공연을 펼친다. 특히 오는 11~12일엔 베를린 필하모닉과 RCO가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맞붙는다. 키릴 페트렌코(50)가 지휘봉을 잡는 베를린 필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RCO는 파비오 루이지(64) 지휘에 피아니스트 에핌 브롬프만(65) 협연이다.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지난 9월 11개국 15명의 클래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최고 악단으로 베를린 필이 꼽혔다. 2위는 빈 필, 3위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4위는 RCO였다.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가 뒤를 이었다. 지휘자 선호도에선 1위 키릴 페트렌코에 이어 사이먼 래틀(68) 헤르베르트 볼룸슈테트(96), 안토니오 파파노(64) 순이었다.

세계 정상급 악단이라 해도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다. 최고 등급 좌석인 R석 기준으로 베를린 필은 역대 최고가인 55만원, 빈 필은 48만원, RCO는 45만원에 이른다. 여간해선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들 악단을 초대한 기획사들은 결국 기업들에 통째로 공연을 넘기기도 한다. 최근 이익을 많이 낸 은행들이 앞다퉈 공연을 통으로 구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일 빈 필 공연을, 신한은행은 오는 11일 RCO 공연을 전석 구매했다. 주요 고객과 사내 임직원들에게 티켓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21일 소프라노 여지원이 출연한 오페라 ‘노르마’ 객석을 모두 사들였다.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클래식 시장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선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얘기와 함께, 수요에 비해 과다한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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