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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세우려 한 유대인 국가…고통은 우리의 몫이었을 수도

Summary

지난주 독일에서 끝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이집트 등에서 온 출판인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도서전 대표가 개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지난주 독일에서 끝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이집트 등에서 온 출판인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도서전 대표가 개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시작한 하마스를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의 목소리가 도서전에서 잘 들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화근이었다. 예루살렘 도서전을 운영하는 친구가 보냈던 쪽지가 생각이 났다. 하루에 세번이나 방공호로 대피해야 했고, 이런 상황에서 가족을 두고 독일로 가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이 쪽지는 나를 포함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대표도 함께하는 대화방에도 올라왔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당연히 현장에 오지 못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국제출판협회 회장을 지냈던 아랍에미리트의 친구는 도서전이 누구의 편에 서서도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는 자신들이 철수를 결정하자 주최 쪽이 바로 입장권부터 취소해서 도서전을 돌아볼 수조차 없게 됐다고 불평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대표는 ‘폭력을 앞세운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었고 모든 피해자들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을 담은 성명도 발표했지만 이미 늦었다. 도서전 기간 내내 그들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이 어떨지 생각하면 누구 편을 들 수가 없다. 그곳의 사망자 수는 1만명을 향해 가고 있고 부상자는 2만명이 넘는다. 극심한 봉쇄로 먹고 마시는 것조차 약탈의 대상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문명을 이뤘다는 현대 사회가 이런 지옥도를 허용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바른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은 하나도 없다. 인간의 고통은 헤아리지 않고 주판알을 튕기며 득실만 계산하고 있다. 애초에 그들이 비극의 씨앗을 중동에 심었다.

1932년, 일본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내세워 만주국을 세웠다. 한족·만주족·조선인·몽골인·러시아인·일본인 그리고 또 다른 10여개 소수민족들이 섞여 살던 만주에 또 다른 식민국가를 세운 것이다. 러시아의 남하 압력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일본은 만주국을 계속 존속시키기 위해서 러시아와 만주국 사이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박해를 피해 유럽을 이탈한 유대인들의 수장으로 유대인 출신 트로츠키를 내세워 나라를 건설하면 러시아 침략의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다양한 출신의 인간 군상이 얽히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만화가 ‘무지갯빛 트로츠키’다. 한족·만주족·조선인·몽골인·일본인의 다섯 민족의 협치에 유대인을 더해 정치적이고 인위적인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 제목은 여러 민족이 무지개처럼 어울린 상태에서 세운 유대인 나라라는 뜻이다. 그 이야기에 얽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다치고 슬픔에 잠겨야 했는지. 만약에 계획대로 트로츠키의 나라가 만주에 들어섰다면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고통을 우리가 짊어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도서전에서 극단적인 정치적인 생각을 담은 책을 전시하는 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그리고 이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으로 매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책은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을 담는 그릇이라 도서전이 이런 논쟁을 피할 수는 없다. 모두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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