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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내리락, 삶의 놀이터 ‘시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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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시소책방 시소책방 외부 모습. 지리산, 섬진강, 남해바다 그리고 송림…. 생명평화가 넘치는 아름다운 하동이 내 고향이라는 게 늘 자랑스럽다. 지리산둘레길에서 활동...

우리 책방은요 │ 시소책방

시소책방 외부 모습.

지리산, 섬진강, 남해바다 그리고 송림…. 생명평화가 넘치는 아름다운 하동이 내 고향이라는 게 늘 자랑스럽다. 지리산둘레길에서 활동가로 12여년 지내다 갑자기 난치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만나 거동이 힘들어진 나는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숨었지만, 결국 두 달을 못 버티고 책방을 열어 새로운 인연에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다. 2021년 5월 하동 읍내에서 송림(천연기념물 솔숲) 가는 삼거리에 예쁜 시소를 마련했다. 서로의 무게를 맞추고 배려하면서 경쟁이 아닌 서로 간의 호흡이 맞을 때 오르락내리락 재미가 있는, 시소는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책방 이름을 ‘시소’라 지었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기쁜 날도, 땅이 꺼질 듯 슬픈 날도 있는 우리 인생 같은 시소. 그리고 나의 병과 닮은 시소.

‘시소책방’에선 책만 판매하는 게 아니다. 낭독모임, 독서토론모임, 북토크, 사진전, 청소년상담(무료), 타로점(무료) 때로는 버스킹 공연 등이 열리는 ‘동네 책 놀이터’다. 단골손님을 제외하면 관광객이 대부분이어서 나는 하동 알리미 역할도 한다. 말동무가 되어 하동의 곳곳을 안내하며 책도 함께 골라 드리고 여유가 있으면 차 한 잔 대접하며 돌멩이에 그림을 그려 선물도 한다. 돌멩이 그림과 책 필사는 손 근육을 키우기 위한 책방지기의 취미이자 치료이기도 하다.

시소책방 내부 모습.

시소책방에서 열린 이예숙 작가 북토크.

시소책방에서 그림책을 읽는 ‘꽃보다 하동 할매’ 모임.

손님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그럴 때가 더 소중하다. 약 기운이 있을 때 해야 할 일이 많다. 사실 나는 책방 점원이고 책방 주인은 빨강머리 앤이다. 직접 색칠한 앤이 바깥에 나와 있으면 책방이 열렸다는 뜻이다. 명절, 병원 방문, 몸이 아픈 날에는 미리 공지하고 무인판매를 하며 앤 혼자 책방을 본다. 권정생 선생님도 흐뭇하게 자리를 지키고, 노자와 니체, 카뮈, 헤세, 사강, 백석, 윤동주, 하루키, 오웰, 보부아르, 프로이트 등도 함께 시소를 탈 친구를 기다린다.

“좋은 동화책 한 권은 백 번의 설교보다 낫다.”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이다. 책 속에 수많은 진리와 지혜가, 그리고 삶의 방향이 모두 들어 있다. 따뜻한 동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평균 나이 86살의 그림책 모임 ‘꽃보다 하동 할매’는 이곳을 더 풍성하게 하고 나를 버티게 해 준다. 파킨슨 말기인 나보다 더 활력이 넘치고, 책방 모임을 즐긴다. 어린이들이 편하게 찾는 책방을 지향하기에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칠 좋은 그림책을 골라 어린이와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권한다. 그림책은 내면의 어린아이를 치유하는 힘이 있음을 늘 확인한다.

시소책방 책방지기의 취미 돌멩이 그림.

밴드 ‘언제나 봄’의 버스킹 공연.

시소책방에서 열린 사진전.

지리산을 인연으로 만나 책방 근처에서 두 번이나 버스킹을 열어준 밴드 ‘언제나 봄’. 지난해 그날은 동네잔치나 다름없었다. 꽃집에선 큰 국화 화분들을, 우유 가게에선 요구르트를, 찻집에선 강정과 매실 주스 등의 후원과 후원금을 지원해주셔서 밴드에게 인사할 수 있어 감사했다. 올 10월 중순에도 하동과 이웃들을 위해, 아픈 몸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멋진 공연을 펼쳐주었다. ‘동네 작은 책방’이라는 노래를 직접 만들어 불러주었는데, 올해 음원으로도 나왔다. “하얀꽃 한 아름 빨강머리 앤/ 활짝 웃는 동네 작은 책방(…)” 어떤 선물보다 소중한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동/글·사진 최정임 시소책방 책방지기

시소책방

경남 하동군 하동읍 남당길 50

instagram.com/see.saw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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