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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어진 모계 삼대 영웅 ‘강남순’…“세상은 우리가 지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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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티비시 제공 ‘힘쎈여자 강남순’(JTBC)은 ‘힘쎈여자 도봉순’(JTBC·2017)의 속편이자, 배우 김정은의 성공적인 복귀작이다. 이유미, 옹성우의 호연이 돋보이는데다 뜻밖에...

제이티비시 제공
‘힘쎈여자 강남순’(JTBC)은 ‘힘쎈여자 도봉순’(JTBC·2017)의 속편이자, 배우 김정은의 성공적인 복귀작이다. 이유미, 옹성우의 호연이 돋보이는데다 뜻밖에 등장하는 영탁, 주우재, 박보영 등이 화제를 끌어올린다.

‘무빙’(디즈니플러스)에 이어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이 이토록 주류 장르가 될지 누가 알았으랴. 한국 콘텐츠에서 초능력을 지닌 인물을 그린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워낙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까 봐 저어된 탓이다. 초능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경성학교’나 ‘마녀’처럼 정치적인 배경을 장황하게 깔기도 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기획된 생체 실험의 피조물이라는 것. 하지만 ‘무빙’에서는 그런 설정을 다 뺐다. 초능력은 원래 타고나는 것이며, 정치는 그러한 능력을 활용하고 억압하는 배경으로 존재하였다.

‘힘쎈여자’의 세계관에서도 초능력은 ‘모계로 이어지는 신비한 괴력’이다. 즉 원래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선 억압으로 작용하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가부장제가 그 억압을 대신한다. 도봉순은 “하늘하늘 코스모스 같은 여자가 좋다”는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자신의 힘을 감추며 산다. 괴력을 타고났으나 의롭지 못한 일에 힘을 썼다가 힘을 잃은 엄마가 쏟아내는 가스라이팅도 도봉순의 사기 저하에 한몫하였다. 하지만 도봉순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 범죄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고 진정한 사랑도 얻는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에 과도기적으로 탄생한 슈퍼히어로물이자, 로맨틱 코미디이자, 여성 성장극으로 신선한 잔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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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강남순’은 모계 유전을 상세히 묘사하면서, 괴력에 대한 억압이 일절 없다. 여자의 힘은 가부장제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활용되어 사회적 인정을 받고 부를 이룬다. 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은 마장동 정육시장의 정형사(식육처리 기능사)로 일하면서 조폭들로부터 상권을 지켰다. 어머니 황금주(김정은)는 그 식재료로 해장국 장사를 해 현금을 쓸어 담았다. 그 후 대부업으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졸부’가 되었다. 그는 자수성가한 ‘졸부’임을 자부한다. 자신의 두 발로 여기까지 왔다며 재벌 2세들 앞에 드레스에 운동화를 신고 나타날 정도다. 황금주의 괴력은 현금을 노리고 덤벼드는 자들을 제압하기 위한 용도로도 쓰이지만, 특별한 일을 위해 쓰인다. 황금주는 밤에는 ‘배트걸’이 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출격한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황금주가 정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잃어버린 딸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했다.

강남순(이유미)은 6살에 몽골 여행에서 길을 잃고 몽골의 초원에서 양부모와 양을 치며 자란다. 강남순은 근력뿐만 아니라 점프력과 시력도 뛰어나고, 서울에서 몽골까지 물건을 던질 만큼 초능력이 있다. 거의 원더우먼이다. 그런 괴력을 지닌 강남순은 자신의 힘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는 억압이 없으며, 부당한 언사에 참지 않는다. 심지어 말도 짧다. 몽골에서 93살 할머니에게 한국말을 배운 강남순은 기본적으로 반말이다. 티브이(TV)를 통해 한국 남자를 본 그는 “지켜주고 싶은 남자처럼 생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강희식(옹성우)을 보고 “잘생겼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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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주가 자신의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성공하고, 현금을 수거하러 온 은행원을 유혹하여 남편으로 맞는 장면을 보라. 얼핏 성별을 바꾼 거울상처럼 보이지만, 가부장적인 억압이 없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그처럼 당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황금주가 딸을 대하는 모습과 도봉순이 엄마에게 받았던 취급을 비교해보라. 도봉순의 엄마는 역도 선수였던 자신의 꿈과 능력을 잃은 채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살면서, 의사인 아들과 도봉순을 차별하면서 딸을 ‘괜찮은’ 남자에게 결혼시켜버려야 할 짐 덩어리 취급을 하였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주저하고 눈치 보는 것 없이 호쾌하게 나간다. 이제는 여자가 능력 있어서 집안에서도 실권을 잡고, 연애에서도 주도권을 잡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으며, 이제는 그런 사소한 문제는 기정사실로 한 상태에서 엄마는 딸을 소중히 여기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대의’를 실현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기다리던 모녀 상봉이 불이 난 건물에서 인명 구조를 하다가 이루어지며, 딸이 좋아하는 남자 강희식과 모녀가 마약 단속을 위해 뭉치는 것도 호쾌함이 배가되는 구조이다.

일체의 억압도 없고, 일체의 ‘고구마’도 없다. 도봉순에서 강남순까지 6년이 걸렸다. 여성들이 서로를 옭아매거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동네마다 여성 영웅들이 살게 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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