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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 파격의 ‘19금’ 무대로 해방을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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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가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에이이지(AEG) 프레젠트 제공 2018년 첫 내한공연 때와는 확연히...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가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에이이지(AEG) 프레젠트 제공

2018년 첫 내한공연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당시 하늘색 슈트 차림으로 정갈한 매력을 선보였던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는 5년 만의 두번째 내한공연에서 금기를 깨부수는 파격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샘 스미스 ‘글로리아 더 투어 2023’ 공연에 들어가려면 티켓 말고도 노란색 팔찌를 받아야 했다. 성인임을 인증하는 표시다. 스미스는 2019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별에서 벗어난 ‘논바이너리’로 규정한 이후 파격 행보를 보여왔다. 이날 무대는 그런 변화의 결정체였다.

거대한 황금빛 사람이 엎드린 형상의 무대 위에 등장한 스미스 또한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황금색 마도로스 모자, 닻을 형상화한 황금색 코르셋, 황금색 바지에 하이힐을 신은 그는 1집 히트곡 ‘스테이 위드 미’와 ‘아임 낫 디 온리 원’으로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터진 관객들의 뜨거운 ‘떼창’에 이별 노래는 청춘의 송가처럼 들렸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가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에이이지(AEG) 프레젠트 제공

“5년 만에 다시 왔어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음악이 그립고, 여러분이 그리웠어요. 오늘 밤은 자유를 누리세요. 일어나든, 춤추든, 노래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서로 사랑하세요.”

이날 공연은 1장 러브, 2장 뷰티, 3장 섹스로 나눠 펼쳐졌다. 스미스는 흰색 블라우스, 검은색 카우보이 옷, 분홍색 주름 드레스 등 각양각색의 옷을 수시로 갈아입으며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냈다. 은빛 드레스를 입고 영화 ‘로미오+줄리엣’(1996)에 쓰인 노래 ‘키싱 유’를 달콤하게 부르는가 하면, ‘아임 낫 히어 투 메이크 프렌즈’ 등 리듬감 있는 노래에선 댄서들과 함께 현란한 춤을 보여줬다. 마마무의 화사가 할 법한 뇌쇄적인 몸짓을 스미스가 펼칠 때마다 관객 함성 데시벨이 높아졌다.

댄서들도 ‘19금’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엉덩이를 흔들며 몸을 터는 트월킹은 물론, 남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뒤엉켜 에로틱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성성을 강조한 드래그퀸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성인 인증의 수고로움이 아깝지 않은 장면들이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가 1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에이이지(AEG) 프레젠트 제공

스미스는 성 정체성 공식화 이후 혐오와 희화화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굴하지 않고 당당한 행보를 보였다. 다부진 근육의 조각 같은 몸이 아니어도, 뱃살이 출렁일지라도 웃통을 벗고 춤춘 이날 무대는 당당함을 무기로 한 항변이자 반격과도 같았다. 관객들은 즐거운 비명으로 지지하고 응원했다.

‘지금부터 공연의 클라이맥스’라는 자막이 나왔다. 흰 천을 뒤집어쓰고 왕관까지 쓴 스미스는 성스러운 분위기로 ‘글로리아’를 불렀다. 영락없는 성자였다. 흰 천을 벗으니 검은색 팬티와 망사스타킹, 롱부츠 차림이 드러났다. 여기에 검은색 코르셋을 걸치고 붉은 뿔 달린 모자를 쓴 채 마지막 곡 ‘언홀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락없는 악마였다. 성자와 악마는 얇은 천 한장 차이였다.

스미스는 트젠스젠더 가수 킴 페트라스와 듀엣으로 부른 ‘언홀리’로 난생 처음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고, 올해 초 그래미상도 받았다. 불경함(언홀리)을 노래함으로써 당당함과 자유를 얻었다. 이날 ‘언홀리’로 공연을 마치며 손을 하늘로 쭉 뻗은 장면은 자신을 옥죄던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는 듯 보였다. 스미스는 18일 한차례 더 공연한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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