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ories:
문화

김봉현 “힘든 시대, 격려하는 ‘리스펙트’ 강물처럼 흐르길”

Summary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가 지난달 새 책 ‘힙합과 한국’을 펴냈다. 부제는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다. 래퍼 더콰이엇과 딥플로우가 책 추천사를 썼다. 이번에 나온...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가 지난달 새 책 ‘힙합과 한국’을 펴냈다. 부제는 ‘랩 스타로 추앙하거나 힙찔이로 경멸하거나’다. 래퍼 더콰이엇과 딥플로우가 책 추천사를 썼다.

이번에 나온 책은 힙합 탄생 50주년과 관계가 있다. 1973년 당시 18살이던 자메이카 출신 디제이(DJ) 쿨 허크가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빈민가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열면서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힙합의 시작이었다.

그는 새 책에서 힙합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미국에서 발원한 힙합이 한국에서 어떻게 변화·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그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인생 역전’ 한국인 좋아하는 서사

―책을 낸 계기는 무엇인가요?

“힙합 50주년을 맞아 힙합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고 발전하고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책 부제가 한국 힙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한국 힙합은 인기 있는 음악 장르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래퍼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많아지고 있죠. 반면 한쪽에선 힙합을 깎아내리고 선입견으로 비판하는 일도 많습니다. 힙합을 놓고 벌어지는 이런 양극단적인 현상을 얘기하고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힙합은 한국에서 누명을 써왔다’고 했는데요. 어떤 점에서일까요?

“윤리적인 잣대로 도덕주의로 환원해 힙합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힙합은 여러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는 음악입니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성공하고 싶은 욕망도 드러내죠. 이 모든 걸 솔직하게 표출하는 건, 우리 사회에선 금기시된 감정이죠. 한국 사회에선 여러 억압을 통해 감정 표출을 배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힙합이 비판받고 누명을 받는 거죠. 많은 이들이 이런 억눌리는 감정을 악성 댓글과 같이 익명의 이름으로 풀고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걸 말하는 힙합은 정신건강학적으로 더 긍정적인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죠.”

―힙합과 한국은 상극이면서 한편으론 서로 묘하게 닮았다고 분석했는데요.

“우리 사회는 윤리와 도덕주의 성격이 강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힙합 특성과 맥이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으로 표현될 수 있죠. 미국의 많은 래퍼가 가난하고 위험한 동네에 살지만, 힙합을 통해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 인생 역전을 꿈꾸죠. 한국인은 이런 서사를 좋아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로 상극이지만 닮았다고 볼 수 있죠.”

―책 표지를 래퍼 더콰이엇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급 외제차 벤틀리에 기댄 사진으로 장식했는데요.

“책 표지에 한국 힙합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죠. 더콰이엇은 힙합으로 성공해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렸거든요. 여의도는 한국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죠. 이런 중심지에서 벤틀리를 몰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더콰이엇이 현재 우리나라의 힙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힙합이 실패했다면, 힙합을 향한 비판도 없었겠죠. 힙합이 한국에서 성공했기에 힙합을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힙합은 어떻게 성공했으며 어떻게 자기를 증명해오고 있다고 보나요?

“2010년 이후 힙합은 한국에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힙합이 젊은이들의 특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힙합에는 추상적인 얘기보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가사가 들어가 있죠. 어떻게 보면, 인스타그램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속성이 시대와 맞아떨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 거라고 봐요.”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클릭하시면 에스레터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한겨레신문을 정기구독해주세요. 클릭하시면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영혼 없는 리스펙트는 사절

―힙합은 돈 자랑, 이른바 플렉스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 사람이 어떤 일을 열심히 해서 보상을 얻으면 뿌듯해지고 그걸 드러내고 싶죠. 이렇게 자신이 이룬 걸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우리 사회는 ‘겸손해라, 모든 게 남 덕분이라고 생각해라’라는 가치관을 통해 자랑을 비판하고 있기에 플렉스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뿐이죠.”

―책에서 ‘힙합은 태생적으로 치유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실제 미국 래퍼들 인터뷰를 보면,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많아요. 이런 환경은 마약·폭력 등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죠. 팝스타 비욘세 남편인 래퍼 제이지는 자신이 랩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고 범죄에서 벗어났다고 했어요. 힙합이 그의 인생을 구원했다고도 했죠. 이런 면에서 힙합은 위험한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에게 안전한 길로 인도하는 음악이 될 수 있는 거죠. 자기 고백적이고 솔직한 말, 그 자체가 치유이기도 하고요.”

―책에서 ‘리스펙트란 남발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탄소년단 음악은 힙합에서 출발했죠. ‘리스펙트’라는 방탄소년단 곡도 있어요. 리스펙트(존경·경의)는 힙합 문화의 고유한 키워드죠. 이런 문화는 흑인 사회에서 출발했어요. 성공하기 힘든 흑인 사회에서 조그만 성취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너도 나처럼 힘든 걸 아니까 함께 힘내서 우리의 운명을 바꾸자’며 리스펙트를 건네며 서로를 격려한 거였죠. 물론 영혼 없는 리스펙트는 반대합니다. 다만 현재 시대는 모두가 힘들고 그래서 더 많은 격려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해요.”

―음악평론가보다 힙합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평론가는 ‘이래야 해, 저렇게 해야 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일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억압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생산적인 느낌의 저널리스트를 더 선호하는 거죠. 제가 지금까지 낸 책이 19권인데요. 책을 계속 쓰고 있는 것 역시 저널리스트로서의 제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요?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힙합과 관련해 연계를 모색하고 있어요.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힙합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일본 도쿄를 오가면서 힙합의 한-일 교류에 관한 여러 가지 일을 찾아보고 있어요.”

정혁준 기자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