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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초상화’ 그린 고교동창 화가 대구미술관장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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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의 초상화가 내걸린 노중기 대구미술관 신임관장의 대구미술관 개인전 전시장 모습. 지난 6월3일 개인전 개막 일주일 만에 4전시실의 ‘열정 사랑’ 섹션에 홍 시장 초상...

홍준표 대구시장의 초상화가 내걸린 노중기 대구미술관 신임관장의 대구미술관 개인전 전시장 모습. 지난 6월3일 개인전 개막 일주일 만에 4전시실의 ‘열정 사랑’ 섹션에 홍 시장 초상화가 기존 추상 그림을 내리고 대신 출품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6~8월 대구시 산하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고교 동기인 홍준표 현 시장의 초상화를 전시장에 내걸어 논란을 빚었던 노중기(70) 화가가 이 미술관의 새 관장으로 뽑혔다. 미술계에서는 지자체장과의 친분을 공공연히 내세운 지역 작가를 특혜 임용했다는 의혹을 벗어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 산하 문화기관들을 관할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의와 추천을 거쳐 노씨를 대구 미술관장으로 선임했다고 29일 밝혔다.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 동안이다. 진흥원은 지난 7일 신임관장 채용공고를 냈으며 지자체 미술관 관장과 학예직 간부 출신을 포함한 복수의 후보자들이 공모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신임관장은 현역 화가로 홍준표 시장과 영남고 동문 친구 사이다. 한국미술협회 대구시지회 부회장과 지역 미술대학 외래교수 등을 지냈으며 현재도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5월27일부터 8월27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개막 일주일이 지난 뒤 갑자기 추상계열 출품작 한 점을 떼어내고 홍 시장을 그린 유화 작품 ‘초상 2023’을 대신 내걸어 교체 배경을 놓고 논란을 빚었다.

현역 작가인 노중기 신임 대구미술관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고교동기로 지난 6~7월 열린 대구미술관 개인전에 홍 시장의 초상화를 전격 출품해 논란을 빚었다. 대구문예진흥원 제공

문제의 초상화는 올해 초 그린 뒤 원래 대구시청 쪽에 대여했던 작품이었다. 시청 대회의실에서 작가의 다른 판매 작품과 함께 전시하다 미술관에 옮긴 것으로 드러나 시쪽이 전시 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작가는 당시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왕성하게 정계 활동하는 친구 모습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으로 홍 시장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꿔 걸었던 것”이라며 “개막 때 바로 걸지 않은 건 실수”라고 해명했었다.

미술계 인사들은 이번 인선 결과에 대해 ‘경악’ ‘상식이하’ 등 비판적인 반응 일색이다. 노 신임 관장이 불과 다섯달 전에 친구인 현직 시장 초상화를 자기 전시에 출품하며 노골적으로 추어올렸음에도 이런 전력이 사실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모과정 자체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찬동 미술평론가는 “과거 왕조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문화적 퇴행”이라면서 “문화계에서 철저하게 유착 의혹에 대해 공론화하고 짚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3월 최은주 전 관장이 임용 석달 만에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옮기자 새 대구미술관장으로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징계기록을 문제 삼아 임용을 취소했고, 이에 반발한 안씨가 소송을 제기해 법적 공방이 벌어지면서 10달 동안 관장 자리는 계속 비어있었다.

노형석 기자 ,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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