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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숨쉰다…돌에 새긴 고구려 신화의 풍경

Summary

‘반지의 제왕’을 방불케 하는 1500여년 전 상상력이 경이롭다. 4~6세기 고구려 무덤 벽화는 환상적인 판타지 극장의 무대다. 아득한 우주와 하늘, 땅을 터전으로 세상의 이치를 ...

‘반지의 제왕’을 방불케 하는 1500여년 전 상상력이 경이롭다.

4~6세기 고구려 무덤 벽화는 환상적인 판타지 극장의 무대다. 아득한 우주와 하늘, 땅을 터전으로 세상의 이치를 다스리는 수많은 신과 기묘한 상상의 동물(신수)들이 날아다니고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 3, 4층에 가면 이들의 자태를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 뜯어볼 수 있다. 30여년간 고구려 벽화 연구에 헌신해온 전호태 울산대 교수가 최근 돌덩어리에 일일이 전각해 새긴 벽화의 신비스런 도상 이미지 41점과 전각 탁본 11점 등을 소개하는 신작 마당. ‘고구려, 신화의 시대-돌에 새긴 고분벽화’란 제목의 초대전이다.

전시장에 나온 그들의 자태는 열거할수록 놀랍고 기이하다. 사람의 머리통 2개를 짐승의 몸에 달고 북두칠성 반짝거리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지축’과 수염이 나거나 젊은 여인 얼굴을 하고 깃장식을 한 사람 머리통에 새의 몸통을 가진 ‘천추’ ‘만세’ ‘하조’ 등의 인면조들이 무덤 천장을 누빈다. 여기에 하늘을 나는 천마와 날개 달린 물고기 비어(飛魚)가 어우러진다. 토끼 머리를 하고 산야 위를 날아다닌 신령한 새, 학을 타거나 두 팔을 날개처럼 쭉 뻗어 하늘 기운을 받은 선인들도 날아오른다. 땅 위에선 보탑을 든 전쟁의 신이 서 있고, 모루 위에 망치를 두들겨 철제 도구를 만드는 쇠 부리의 신이 열띤 얼굴로 작업 중이다. 하늘 양쪽 끝에선 해와 달을 손에 안고 떠오르는 태양신과 월신, 인류를 위해 화염 덩어리를 손에 든 불의 신이 하늘거리고 있다.

모두가 북한과 중국 만주에 있어 실제로 볼 수 없는 고구려 벽화의 이런 신화적 이미지들을 전호태 작가는 옛적 벽화를 그린 고구려 화가의 마음으로 돌판에 일일이 옮겨놓았다. 측면에는 어떤 벽화의 어떤 그림인지를 알리는 설명도 새겼다.

이렇게 해서 전시장에 나온 전각작품들이 41점이고 전각 작품들 대부분을 여러 색으로 탁본해 액자에 끼운 그림 작품이 따로 내걸렸다. 탁본 그림은 자주색으로 탁본한 신상 여덟, 녹색조로 탁본한 신선상 열둘, 붉은색조로 탁본한 신화적 동물상(새와 짐승) 18점,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저 유명한 천마도를 새긴 탁본 1점. 벽화가 아닌 전각과 전각을 옮긴 탁본으로 고구려 미술의 특징적 단면을 일반 관객들에게 다가오듯 생생하게 살려냈다. 오래되어 유실되면서 도상 이미지들이 상당수 사라지고 해진 실제 벽화의 신상과 동물들의 얼굴과 이미지 세부를 연구자의 안목과 상상력으로 복원한 공력이 느껴진다.

전 작가는 연구하다 불현듯 창작의 욕구를 느껴 수년 전부터 서예와 전각을 배우면서 창작의 기반을 다져왔다고 한다. 28일까지.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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